편집국 박지안
책임수사라는 이름으로 수사 독립성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경찰서장 수사지휘권 강화, 권한보다 견제장치가 먼저다"
법학박사 김원영
최근 경찰이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 대비해 책임수사를 강화하고, 경찰서장이 주요 사건을 직접 점검하는 등 일선 경찰서장의 수사지휘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사의 완결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수사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게 된 만큼 지휘관이 수사 결과에 책임을 지고 부실수사를 방지해야 한다는 요구 역시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책임수사의 강화가 곧 경찰서장의 무제한적인 구체적 수사지휘권 강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수사는 무엇보다 법과 원칙, 증거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현장 수사관이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할 수 있을 때 국민이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
경찰서장의 지휘권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현장 수사관의 독립성과 소신 수사가 위축될 가능성이다.
수사관이 사건을 가장 가까이에서 직접 조사하고 증거를 검토해 내린 판단보다 지휘관의 의중이 우선되는 조직문화가 형성된다면 수사관은 결국 ‘법과 증거’보다 ‘상급자의 판단’을 먼저 의식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서장의 지휘에 이의를 제기한 수사관이 근무평정이나 보직·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면 이의제기 제도는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지휘권을 강화하려면 반드시 수사관의 실질적인 이의제기권과 이의제기를 이유로 어떠한 인사상 불이익도 줄 수 없도록 하는 보호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정치적·지역적 외풍이 수사 현장으로 전달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문제다.
경찰서장은 지역사회와 기관·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그 자체는 지역 치안 책임자로서 필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치에 있는 지휘관에게 개별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지휘 권한까지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외부의 부당한 영향력이 수사에 전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외압이 있었느냐의 문제를 떠나 국민이 그런 의심을 갖게 되는 것 자체가 경찰 수사의 신뢰에 부담이 된다.
따라서 중요 사건에 대한 구체적 수사지휘는 반드시 서면 또는 전산시스템에 기록을 남기도록 하고, 누가 언제 어떠한 이유와 근거로 어떤 지휘를 했는지를 사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는 수사의 전문성 문제다.
오늘날 수사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화되고 있다. 금융·가상자산·사이버범죄·마약·경제범죄·선거범죄 등은 고도의 전문지식과 풍부한 수사경험을 요구한다.
경찰서장이 경찰 조직 전반을 지휘하는 책임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건에서 현장 전문수사관보다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지휘관의 역할은 개별 사건의 결론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의 적법성과 절차를 점검하고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지원하며 부실수사를 예방하는 책임관리자의 역할에 보다 중점을 두어야 한다.
네 번째는 권한과 책임의 균형 문제다.
권한이 커질수록 통제와 책임도 함께 강화되는 것이 민주적 조직 운영의 기본원칙이다.
수사관에게만 책임을 묻고 지휘한 사람의 책임이 불분명하다면 그것은 책임수사라고 할 수 없다.
구체적인 수사지휘를 했다면 그 지휘 내용과 근거를 기록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지휘권자가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첫째, 중요 사건에 대한 구체적 수사지휘는 반드시 서면 또는 전산으로 기록해야 한다.
둘째, 수사관에게 실질적인 이의제기권을 보장하고 이의제기를 이유로 인사·평정·보직 등 어떠한 불이익도 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셋째, 수사관과 지휘관 사이에 중대한 의견 차이가 있을 경우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수사심의 절차를 통해 다시 판단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수사지휘를 담당하는 지휘관에 대해서도 충분한 수사경력과 전문교육 등 실질적인 전문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부당한 지휘나 보복성 인사가 확인될 경우 명확한 책임을 묻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책임수사와 수사 독립성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수사관이 법과 증거에 따라 소신 있게 수사하고, 지휘관은 그 과정이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책임지는 구조가 진정한 책임수사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기관인 동시에 강제수사권이라는 막강한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 내부의 수사지휘 체계 역시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투명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좋은 제도는 사람을 믿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권한이 주어지더라도 그 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경찰서장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책임을 이유로 현장 수사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수사지휘권의 강화’가 아니다.
지휘할 권한과 이의를 제기할 권리, 책임질 의무와 이를 감시할 장치를 함께 세우는 것이다.
경찰 수사의 신뢰는 지휘관 한 사람의 권한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장 수사관이 외압과 인사상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고 법과 원칙, 증거에 따라 소신 있게 수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국민의 신뢰가 만들어진다.
책임수사의 이름으로 수사 독립성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권한을 강화하려면, 그보다 먼저 견제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현장 수사관을 보호하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며,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책임수사를 만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