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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경찰병원, 무엇이 문제인가 - 지휘체계 정상화와 의료인력 확충, 이제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 기사등록 2026-09-22 21: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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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경찰병원, 무엇이 문제인가

지휘체계 정상화와 의료인력 확충, 이제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법학박사 김원영

경찰병원이 흔들리고 있다. 병원장 공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전문의와 전공의 부족으로 진료시간까지 줄어들고 있다. 경찰관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의료안전망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경찰병원은 단순한 하나의 공공병원이 아니다. 범죄 현장과 집회·시위, 재난·재해 등 위험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관들이 부상하거나 질병을 얻었을 때 믿고 찾을 수 있어야 하는 경찰복지의 핵심 기반이다. 동시에 국민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공공의료기관이기도 하다.

 

그런 경찰병원이 지금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26년 8월 말 기준 경찰병원은 전체 정원 679명 가운데 52명이 결원이다. 전문의는 정원 75명 중 9명이 부족하고, 전공의 역시 가정의학과 9명과 인턴 6명 등 모두 15명이 비어 있다. 특히 응급의료센터에서 전문의 4명, 산부인과에서 2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는 정원 3명 가운데 1명만 근무하는 상황이다. 그 결과 올해 들어 진료·시술·검사 시간이 주당 69시간 감소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인력의 공백은 남아 있는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국 진료 축소와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것은 지휘체계의 불안정이다.

 

전임 원장이 음주운전 문제로 직위해제된 이후 직무대리로 지정된 간부 역시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알려져 물러났고, 현재 또 다른 직무대리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법질서 확립을 사명으로 하는 경찰 조직과 관련된 기관에서 책임자의 준법성과 도덕성 문제로 지휘 공백이 반복됐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특정 개인의 책임만 묻고 끝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인사검증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는가.

병원장 유고 상황에 대비한 안정적인 지휘체계는 갖춰져 있었는가.

의료진의 지속적인 결원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할 인력수급 대책은 충분했는가.

지금 경찰병원에 필요한 것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제도적 해답이다.

첫째, 지휘체계를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 병원장은 단순한 행정책임자가 아니다. 의료와 행정을 이해하고 수백 명의 구성원을 이끌면서 경찰병원의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자리다. 전문성과 조직관리 능력은 물론 공직자로서의 준법의식과 책임성을 갖춘 인물을 엄격한 검증을 거쳐 선임해야 한다.

둘째, 의료인력 확보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경찰청은 의료진 연봉을 민간병원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이고 수시채용을 통해 충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보수 인상과 채용공고만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수와 근무환경, 연구·교육 기회, 경력개발, 의료진의 업무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우수 의료진이 경찰병원을 선택하고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경찰병원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경찰관은 일반적인 직업군과 다른 위험에 노출돼 있다. 범죄 현장에서의 부상뿐 아니라 교통사고, 과도한 업무, 교대근무 등 다양한 직무상 위험을 안고 근무한다. 따라서 응급·외상·재활 등 경찰 직무와 밀접한 의료 분야를 경찰병원의 핵심 기능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경찰관의 직업성 질환과 신체적·정신적 외상, 장기적인 건강관리까지 연구하고 치료하는 경찰 특화 전문의료기관으로 발전시키는 중장기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넷째, 경찰병원 운영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병원장 선임과 인사검증, 전문의와 전공의 수급, 필수진료과 운영, 의료진 처우와 조직문화까지 객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문제가 반복될 때마다 사람을 바꾸고 부족한 인원을 임시로 충원하는 방식으로는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경찰병원의 문제를 경찰관 복지라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경찰관에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위험한 현장으로 먼저 달려가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경찰관 자신이 다치고 아플 때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책임을 다했다고 하기 어렵다.

경찰관의 사기는 급여와 승진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내가 위험한 현장에서 다치더라도 끝까지 책임져 준다.”

이러한 믿음이야말로 현장 경찰관에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복지이며 조직에 대한 신뢰의 출발점이다.

경찰병원이 흔들리는 원인은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진료과의 문제가 아니다. 지휘체계의 불안정, 인사검증의 문제, 의료인력 확보의 어려움, 경찰병원의 장기적인 발전전략 부재가 복합적으로 드러난 구조적 문제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의사 결원’이나 ‘병원장 공백’으로 봉합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경찰병원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다시 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경찰청과 관계기관은 병원장 선임을 서두르는 동시에 의료인력 확충과 필수의료 강화, 경찰 특화 의료체계 구축을 포함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관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면, 국가는 경찰관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

경찰병원은 누구의 자리를 위한 기관도 아니며 행정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도 아니다. 국민을 지키는 경찰관들이 다치고 아플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의료안전망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임시대행을 이어가는 미봉책이 아니라 책임 있는 리더십, 반복되는 채용공고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의료인력 확보 시스템, 단기 처방이 아니라 경찰병원의 미래를 내다보는 구조적 개혁이다.

흔들리는 경찰병원을 바로 세우는 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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