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박지안
경찰청 세종시 이전, 행정 효율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치안공백’이다
― 현장 경찰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신중한 이전 대책이 필요하다―
법학박사 김원영
정부가 경찰청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지난 9월 3일 행정·공공기관 이전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찰청과 같이 별도의 청사가 필요한 기관은 청사를 신축한 뒤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가균형발전과 행정 효율성이라는 정책적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중앙행정기관이 세종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현실에서 경찰청 역시 다른 중앙행정기관과의 업무 연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논리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경찰청은 일반 행정기관과는 성격이 다르다.
경찰청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적 재난과 테러, 대형 집회·시위, 범죄 등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국가 치안의 컨트롤타워다. 따라서 경찰청 이전은 단순한 청사 이전이나 행정기관 지방이전의 관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안전과 현장 경찰관의 대응능력이라는 관점에서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경찰청 이전에서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
경찰청이 세종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서울과 수도권의 치안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울과 수도권에는 대통령실과 국회, 외국공관, 주요 국가시설, 금융·경제시설 등이 밀집해 있고 인구와 유동인구 역시 집중돼 있다.
대형 집회와 국가 주요행사, 테러 위협, 다중운집사고 등 국가적 치안수요도 수도권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경찰청의 지휘·조정 기능이 세종으로 이동하고 수도권 경찰조직의 인력과 기능이 이에 맞춰 재편된다면, 현장 경찰관의 대응체계가 지금보다 복잡해지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전 자체보다 더 큰 관심사는 결국 ‘인력과 지휘체계가 어떻게 바뀌느냐’일 것이다.
실제로 과거 경찰청 세종 이전 논의 과정에서도 경찰 내부에서는 근무지 변경과 조직개편 등에 따른 혼란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경찰청 역시 조직·인력 운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개편안은 공식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제 정부가 이전 방침을 공식화한 만큼 이러한 문제를 더 이상 막연한 우려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현장 경찰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근무지가 아니라 치안공백’
경찰관들에게 경찰청 이전에 대해 묻는다면 단순히 “서울에서 세종으로 근무지가 바뀐다”는 문제가 핵심은 아닐 것이다.
현장 경찰관들이 걱정하는 것은 조직개편에 따른 업무 혼선과 인력 재배치, 지휘체계 변화, 수도권 치안공백일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일반 행정공무원과 달리 24시간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조직이다.
한번 발생한 범죄나 재난은 ‘이전이 끝난 뒤 처리하겠다’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112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출동해야 하고,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현장 경찰관이 초동조치를 해야 한다. 대형 재난이나 다중운집사고가 발생하면 지방경찰청과 경찰청의 지휘·지원체계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따라서 경찰청 이전 과정에서 지휘부와 현장 사이의 물리적 거리와 행정적 절차가 오히려 대응 속도를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미 세종의 치안인력 문제도 가볍지 않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찰청이 이전하게 될 세종지역의 치안 여건이다.
2025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세종경찰청의 경찰 1인당 담당인구가 623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직할대 비율이 30.7%로 높아 정부청사 경비 등에 인력이 집중되면서 민생치안 인력 부족 문제가 제기됐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경찰청이 세종으로 이전하면 국가기관과 주요 공공기관이 집중되는 만큼 세종지역의 경호·경비·집회·교통·대테러 등 치안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의 인력구조를 그대로 둔 채 경찰청만 세종으로 옮긴다면 세종의 치안수요와 수도권 치안수요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이중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청 이전은 ‘청사를 옮기는 사업’이 아니라 ‘국가 치안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사업’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경찰청을 ‘제2의 경찰청’으로 만들 것인가
경찰청 이전과 관련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는 수도권 경찰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과거 경찰청 세종 이전 논의 과정에서도 서울경찰청을 사실상 ‘제2의 본청’ 수준으로 강화하고 대테러·대공·주요 인사 경호·대형 집회관리 등 핵심 치안기능의 상당 부분을 수도권에 두는 방안이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 역시 신중해야 한다.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면 지휘체계가 이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수사본부, 경찰청, 시·도경찰청, 자치경찰위원회 등 현재도 경찰의 업무체계는 상당히 복잡하다.
여기에 경찰청 이전을 계기로 또 다른 지휘·보고체계가 만들어진다면 현장 경찰관들은 오히려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이전에 앞서 지휘권과 업무분장, 비상상황 대응체계, 인력배치 기준을 법령과 규정으로 명확하게 정비해야 한다.
경찰관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한다
경찰청 이전 논의에서 반드시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현장 경찰관들의 의견수렴이다.
경찰청 고위 간부 몇 명의 의견만으로 조직의 미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현장에서 국민을 직접 만나는 지구대·파출소 경찰관, 형사, 수사관, 교통경찰, 경비경찰, 정보·안보 분야 경찰관들의 의견을 폭넓게 들어야 한다.
특히 이전에 따른 출퇴근 문제, 가족 동반 이전 문제, 주거 문제, 자녀 교육 문제, 배우자의 직장 문제 등 경찰관들의 현실적인 생활 여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경찰관이 불안한 상태에서 근무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경찰관의 근무 만족도와 조직 안정성은 곧 국민 치안서비스의 질과 직결된다.
‘이전 먼저, 대책 나중’이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경찰청 이전을 추진한다면 반드시 선(先) 치안대책, 후(後) 이전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수도권 치안공백 방지를 위한 경찰인력 증원계획을 이전계획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둘째,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대테러·경호·집회·재난대응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세종지역 역시 경찰청 이전에 따른 추가 치안수요를 감안해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경찰청과 시·도경찰청 간 지휘체계를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
다섯째, 이전 과정에서 경찰관들의 인사·복지·주거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경찰관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찰청 이전을 정치적·행정적 성과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경찰청 건물은 옮길 수 있지만 국민의 안전은 옮겨놓고 기다릴 수 없다.

경찰개혁의 기준은 ‘조직의 위치’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이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은 중요한 국가적 가치다.
그러나 경찰조직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있다.
따라서 경찰청 세종시 이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경찰청 건물을 세우느냐’보다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더 빠르고 안정적인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경찰청 이전을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성공적인 이전을 위해서라도 현장 경찰관들의 우려를 정부가 먼저 들어야 한다.
특히 세종경찰청은 이미 인력 부족과 민생치안 공백 문제가 지적된 만큼, 경찰청 이전을 계기로 세종지역의 치안인프라를 대폭 확충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경찰청 세종시 이전은 단순한 행정기관의 지방이전이 아니다.
대한민국 치안체계의 새로운 설계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경찰청은 세종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치안공백까지 세종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
국민이 불안하지 않고, 현장 경찰관이 흔들리지 않는 이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이고, 국민을 위한 경찰개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