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박지안
경찰의 신뢰 위기, 질책을 넘어 근본적 개혁으로
― 잘못은 엄중히 책임지고, 현장 경찰의 사기는 지켜야 한다―
법학박사 김원영
최근 제주 실종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허위·부실 처리 논란이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경찰의 사건 처리와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졌다. 경찰 수뇌부가 국민 앞에 사과한 것도 이번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실종사건은 단순한 민원이나 행정업무가 아니다. 한 사람의 생명과 가족의 절박한 호소가 걸린 문제다. 신고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거나 사건이 사실과 다르게 종결된다면 그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잘못에 대해서는 지위와 직급을 막론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일부 경찰관의 잘못과 경찰 조직 전체의 문제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현재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는 대다수 경찰관들의 노력과 헌신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경찰관들은 매일 신고 현장으로 출동하고, 범죄자를 상대하며, 실종자를 찾고, 교통사고와 각종 재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있다. 때로는 자신의 안전을 뒤로한 채 가장 위험한 현장에 먼저 뛰어드는 사람들도 경찰관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장 경찰관들의 헌신이 일부 사건의 부실 처리와 조직 내부의 통제 실패로 인해 함께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경찰을 무조건 감싸는 것도, 반대로 경찰 전체를 매도하는 것도 아니다. 잘못은 냉정하게 인정하고 책임을 묻되,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자체를 고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다.
무엇보다 실종·강력범죄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건의 종결 시스템부터 손볼 필요가 있다.
일선 실무자의 판단만으로 중요한 사건이 사실상 종결되는 구조라면 상급자의 재검토와 독립적인 점검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사건 처리 과정과 종결 사유도 객관적으로 기록·관리돼야 한다. 전산시스템에서 사건 기록을 임의로 삭제하거나 변경할 수 없도록 기술적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내부 감찰 역시 사후 처벌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 신호를 발견하고 바로잡는 예방적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경찰개혁의 방향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찰의 권한과 수사체계, 조직 개편을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경찰에게 기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결국 민생치안과 국민의 생명 보호다.
국민이 원하는 경찰은 거창한 권한을 가진 경찰이 아니다. 신고하면 신속하게 출동하고, 피해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믿고 의지할 수 있고, 실종된 가족을 끝까지 찾아주는 경찰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찰개혁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첫째, 민생치안을 경찰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둘째, 중요 사건에 대한 지휘·감독과 이중 점검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사건 처리의 투명성과 기록 관리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넷째, 경찰관 개인의 일탈과 비위에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되, 성실하게 근무하는 현장 경찰관들의 사기와 자긍심은 보호해야 한다.
다섯째, 현장 경찰관들이 과도한 행정업무와 불필요한 지시에 매몰되지 않고 본연의 치안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
여섯째, 경찰 내부의 문제를 조직 스스로 발견하고 시정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실효성 있는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지만,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번 제주 실종사건을 단순히 한 경찰관의 일탈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동시에 이를 빌미로 전국의 모든 경찰관을 불신의 대상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경찰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잘못한 사람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묻고, 허술한 제도는 과감하게 고치며, 현장에서 묵묵히 국민을 지키는 경찰관에게는 자긍심과 소신을 돌려줘야 한다.
경찰개혁은 경찰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국민 앞에서는 더욱 투명하고 책임 있는 조직으로 만들고, 현장에서는 경찰관이 소신 있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개혁의 본질이다.
경찰의 신뢰 위기는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질책만 하는 개혁이 아니라 책임과 신뢰를 함께 세우는 개혁이다.
국민에게는 더욱 신뢰받고, 현장 경찰관에게는 더욱 존중받는 조직.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경찰이 나아가야 할 진정한 개혁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