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박지안
형사사법제도는 국가기관의 권한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형사사법 개혁의 기준은 기관 간 권한의 크기가 아니라 국민에게 얼마나 신속하고 공정한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맞춰져야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경찰 수사의 완성도를 이유로 보완수사권 유지를 주장하지만, 이는 오늘날 경찰 수사의 현실과 변화된 형사사법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시각이다.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국가수사본부 출범을 계기로 수사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수사부서의 전문화는 물론 경제·사이버·마약·안보범죄 등 분야별 전문수사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디지털포렌식과 과학수사 기술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경찰은 독자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럼에도 보완수사권이 유지될 경우 동일 사건이 경찰과 검찰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구조는 피하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사건 처리는 지연되고 피해자는 신속한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며, 피의자 역시 장기간 법적 불안정 상태에 놓이게 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기관 간 절차의 반복이 아니라 정확하면서도 신속한 사건 해결이다.
물론 경찰 수사가 언제나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검찰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어느 기관이 더 큰 권한을 갖느냐가 아니라, 오류를 바로잡고 책임을 묻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느냐이다. 경찰 내부의 수사심사와 품질관리, 국가수사본부의 지휘체계, 법원의 영장심사와 공개재판 등 다양한 통제장치는 이미 존재한다. 여기에 국민적 감시와 언론의 견제까지 더해지면 경찰 수사는 충분한 민주적 통제 아래 운영될 수 있다.
국제적 흐름도 다르지 않다. 많은 국가에서 경찰은 수사의 중심기관으로, 검찰은 공소 제기와 공소 유지의 주체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기관 간 협력은 필요하지만, 상호 중복된 권한은 오히려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절차만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경찰은 매일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범죄를 예방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최일선 기관이다.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은 이미 우리 사회가 인정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는 경찰을 여전히 '보조기관'으로 바라보는 과거의 인식을 넘어, 독립성과 책임성을 갖춘 전문 수사기관으로 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경찰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가 아니다. 국민이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더 신속한 형사사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자는 논의이다.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경찰이 더 큰 책임을 지게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제도적 신뢰도 함께 부여해야 한다.
형사사법 개혁은 어느 기관의 승패를 가르는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고 정의를 더 신속하게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다. 경찰과 검찰 모두 국민을 위한 기관이다. 이제는 권한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국민의 관점에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경찰을 신뢰하는 것은 특정 기관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국민 중심 형사사법체계를 향한 선택이다.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책임 있는 경찰 수사가 정착될 때 형사사법 개혁은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법학박사 김원영